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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도시산책.

  • 전시기간 2012-08-04 ~ 2012-09-09
  • 전시장소 1-2전시실
  • 전시작품 서양화, 동양화, 사진, 설치 등
  • 참여작가 김아영, 류정민, 민재영, 박승훈, 송성진, 신수혁, 안희정, 원성원, 윤정선, 이동준, 정재호, 최중원, 혜자 (총13작가)
 
<도시산책>전은 현대 미술의 주요 관심사라 할 수 있는 도시성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도시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작품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여름 시즌, 짧은 여행과도 같은 색다른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감성적이고 여유 있는 도시적 체험은 물론 변화무쌍한 현대도시의 다채로움을 소통하게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도시적 경험에 대한 감각적인 소통을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산문(散文)같은 부드럽고 편안한 감성으로 다가서고자 합니다. 산책은 취미 삼아, 휴식을 위해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을 말합니다. 산책(散策)의 한자를 풀어서 생각해보면, 흩어지면서 걷는다는 의미로 잠시 정신 줄을 놓은 채로 주변의 사물들과 정서적인 교감으로 거닐면서, 일상에 지친 자신을 잠시 잊어버리는 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건강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현대인에게 산보는 무엇보다도 세파에 찌든 온갖 사념들을 잠시 뒤로 한, 일종의 무위(無爲)의 걷기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는 의미의 소요(逍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포항미술관의 장소 맥락적 특성과도 연결됩니다. 환호 해맞이 공원 내에 자리한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미 많은 시민들의 산보 속에 놓여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고 이번 전시는 그러한 발걸음을 조금만 더 연장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공원의 연장이면서, 다른 일상성을 부여하는 미술관 공간 속으로 시민들의 느린 걸음을 재촉하는 그런 전시, 산보를 하듯 느린 듯 작품들과 작품들이 놓인 공간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하는 그런 전시로 말입니다.  하지만 자유롭고 편한 방향으로 감성을 펼쳐놓되, 그러나 길 자체를 잃을 정도는 아닐 방향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성)가 그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일상적인 의미의 산책이라기보다는 이 번잡하기 그지없는 도시 공간 속을 거닐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고, 이런 이유로 도시산책인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적 체험은 단일하고 일관되지 않습니다. 한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미로와 같이 번잡하고 복잡다단한 양가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하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이렇게 서로 다른 도시의 느낌을 전하고자 1, 2전시실을 각기 상반된 분위기를 통해 구성하였습니다.


1전시실은 서정적인 도시의 내/외면을 조우하는 곳이고자 합니다. 번잡한 도시 속에서도 부드러운 감성들은 자리하는 법, 도시의 이모저모에서 부드럽게 만날 수 있는 감성들을 공유하는 그런 공간, 이를테면 오랜 도시를 걷다 느낄 수 있는 빛바랜 추억의 공간일 수도 있겠고, 익명의 도시적 다중들과 그 속에 담고 있는 갖가지 정서를 만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기 다른 감성과 이야기로 도시의 산책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하고 한적한 감각적 경험을 시민들께 전합니다. 같은 층에 자리한 3, 4전시실의 제7회 초헌상 수상작가인 박계현 작가의 포항의 풍경, 4전시실의 포항의 대표적인 사진가인 이도윤 선생의 포항의 오랜 미래와도 같은 사진 이미지들도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전시실은 도시가 가진 속도, 놀라움, 유희, 즐거움에 착목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번잡하지만, 때로는 만화경(phantasmagoria)과도 같은 백일몽으로 묘한 시각적 쾌락을 던지는 도시의 이미지, 즐거움과 유희로 가득 찬 도시의 모습 말입니다. 때로는 혼란함이 야기하는 모순적인 도시적 이미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감성들을 2전시실에서 만나는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교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상반된 느낌들을 경험한다는 것은 일찍이 발터 벤야민이 말한 바 있는 ‘산보자, 만보객(flaneur)’ 개념으로 도시를 체험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산책자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로와도 같은 도시 공간 속을 느림의 미학으로 산보하면서 도시의 다면체적 속성을 체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번 전시는 하염없이 어슬렁거리는 산보를 통해 도시를 급할 것 없이 완보하면서 기쁨과 즐거움 혹은 비판적인 의식이라는 복잡하고 양가적인 감각을 갖게 되는 벤야민식 산보에 더해, 바닷가에 면해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의 여름 휴가시즌에 경험해보는 가벼운 여행자의 청량한 시선이 덧붙여졌습니다. 미술관 속에서 잠시 낯선 도시를 경험하게 되는 그런 짧은 여행 말입니다. 그렇기에 익숙하지만 생경한 도시의 미로와 같은 거리에서 잠시 자기를 잊은 채 길을 잃고 방황하는 그런 느낌, 목적 없이 배회하면서 온 감각으로 그 도시의 짙은 인상과 묘미를 느끼게 하는 무관심한 산책을 권유하는 것입니다. 어떤 정공법을 통해 도시를 계산하고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방랑 같은 체험을 통해 도시의 서정성과 추억을 상기하고, 낯설고 변화무쌍한 도시적 즐거움을 감각케 하는 그런 도시성과의 만남들 말입니다. 그렇게 도시성이 갖는 감각적인 면모는 물론 작가들이 전하는 각양각생의 도시의 다면체적인 느낌들을 통해, 지금, 이곳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공감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