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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풍경-시간의 재구성 한승협전

  • 전시기간 2013-07-25 ~ 2013-09-29
  • 전시장소 3전시실
  • 전시작품 회화
  • 참여작가 한승협

포항시립미술관은 포항출신으로서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초헌 장두건 선생님의 작품세계와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초헌미술상 수상작가전을 마련 하였다. 이번전시는 제8회 공모에 선정된 한승협 작가의 작품전으로서, 한국적 회화의 독특한 정신과 방법을 시간성이라는 그 의미를 역사적인 측면으로 해석하여 재구성한 전시회이다.

한승협 작가는 경주 건천에서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가 깃든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렸을 적부터 전통적인 정서 속에서 정신적인 뿌리를 키워 나갔던 작가의 고향은 예술적 화두로서, 한국적 정신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사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바탕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차용하여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풍물화, 실존적인 노인들의 얼굴에서 개인의 기록적인 삶의 흔적을 엿 볼 수 있는 작품, 그리고 자연 속에서 역사성을 발견하며 시간성과 노동성을 점묘화로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

한승협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 공존하는 순간을 재구성하여 포착한다. 결코 정지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과거에도 현재였고, 지금 이 순간도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도 결국 현재가 되기에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의 이미지는 궁극적으로는 지나온 흔적 즉 역사라는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 낸다. 한승협의 시간성의 첫 접근은 한 점이다. 대상은 아주 농담이 옅은 먹점 한점으로 모든 사물의 시작의 의미를 주면서 형이상학적인 먹점이 가지는 시간을 뚜렷한 형태로 점차 드러내게 하는 시간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렇게 허허로운 먹점의 존재는 과거에 존재했던 것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사라질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자아내도록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확실치 않은 시공간을 평면 속 수많은 점들이 쌓여 모든 이치가 생성되고 작용 한다고 믿는다.

한승협은 우주 속 개인이나, 사물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양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작업에 천착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을 파노라마로 보고, 누구나 개인적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역사는 시간의 재구성이라는 그림을 통해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한 땀 한 땀 꼼꼼하게 찍어낸 점묘들은 수행과 같은 제작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 같은 점묘이지만 동일한 점이 아니다. 굵은 점 작은 점, 진하고 연한 점, 건하고 습한 점이 적절하게 표현되어져 깊이 감을 더해 주고 있으며, 점묘의 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는 사람의 망막에서 이미지가 형성되어 더욱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수묵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작업을 통해 한승협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삶의 궤적은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이루어 지듯 사소한 일상이 모여 큰 역사가 이루어 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초창기에 회화적 이미지의 대용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점은 기존 미술의 영역을 침범하였고 화가라는 직업마저도 위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반대 급부로 미술에 대한 정체성과 탐구와 자율성을 확장시킴으로서 미술은 과거 전통미술과는 다른 양상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러한 과정이 현대미술을 탄생시킨 촉매제가 되었다. 한승협 또한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를 이용하여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하는데 이용한다. 사진이라는 이기적인 문명의 산물에, 동양적 정서를 점이라는 회화의 방법적 표현으로 제작된 그의 연작인 역사 앞에서의 주제는 깊이 있는 정신성이 투영되어 새로운 현대적 미감을 더욱 확장 시켰다. 한국적 자연을 현장에서 담아온 사진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되십어서, 거기에서 숙성된 감성의 귀착점인 동양적 우주관을 연구하는데 사진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다.

한 동안 과거 흑백풍물 사진과 인물작업에 천착하다가 2000년대부터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 무엇인가 늘 생각하여 왔던 작가는, 영덕 옥계계곡의 아름다움 풍광을 보고 수묵 작업에 붓을 들게 되었다. 이때부터 건축물과 옛것에 관심이 많았던 한승협은 역사가 깃들어 있는 건축물 묘사에 있어 집요함을 보여준다. 역사 앞에서의 연작은 한승협이 오어사의 눈 오는 사생으로 한국의 전통 풍경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이후부터 주변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기계적 산물인 사진을 이용해 더 철저한 한국적 풍광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사진이 한시적인 특징의 기록물임을 고려할 때, 사진을 회화로 옮긴 한승협의 풍경화는 일시적인 순간을 연장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으며, 이는 과거와 현재, 타인이 회상하는 한승협의 감정이 투과된 명승지와의 조우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의 기록물에서 풍경화의 정지된 모티브는 작가의 감성과 역사적 의식과 생각이 투영되어 대지 속 공기와 습기가 묻어나는 꿈틀대는 풍경으로 재탄생된다. 현장에서 채집한 한승협의 눈과 가슴은 살아있는 유기적인 생명체의 사진으로서 더 이상 사진이미지와 미술이미지의 구분이 필요 없게 되는 현대미술의 양상을 보여준다.

풍경-시간의 재구성 한승협전은 삶의 성찰에서 느낀 작가의 존재적 인식의 출발점인 근원에 대한 사색적인 결과물인 한 점에서 출발하여, 시공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작가의 시간적 요소를 회화적 표현으로 재구성을 보여주는 지난한 작품전이다. 무한한 노동력으로 無我의 예술을 지향하며 역사라는 인식의 앞에서 경건함 마음을 심는 역사앞에서라는 작품의 타이틀에서 작가는 인간의 행동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 한 점의 먼지일 뿐이라는 의 존재임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무의식 속에서 찍어 내려간 수 많은 점은 오늘날 현대 문명이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는 정신성의 결정체로서 동양적 우주관의 정신성의 위대함을 엿 볼 수 있다. 이번전시는 관람인들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순환적 의미에서 돌고 도는 내세적 정신으로 굳건히 자신만의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초헌 장두건 선생의 예술세계가 유유히 이어져 지역민들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심어주는데 그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