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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이경희, 만(灣)의 풍경

  • 전시기간 2015-01-15 ~ 2015-03-29
  • 전시장소 3, 4전시실
  • 전시작품 수채화 53점, 관련자료 50여점
  • 참여작가 이경희

포항시립미술관은 2015년 새해를 맞이하여 소장품으로 구성된이경희, 의 풍경 마련하였다. 우리 미술관의 정체성을 선명히 보여주는 이번 컬렉션전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포항을 배경으로 수채화 작품을 제작하여, 한국미술사에 크게 이바지하고, 우리 지역을 널리 알려온 원로작가 이경희 선생의 수채화 작품으로 구성하였. 이번 전시는 1949년 국전 첫 회에 특선을 수상하여 한국미술사적으로나 포항근현대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포항의 부두작품을 비롯하여 구룡포, 동빈내항, 송도해수욕장 등 근현대기 우리지역 풍경들을 주제로 화려하고 경쾌하게 표현된 작품이 전시된다.

영일만(迎日灣)은 경북 동해안에 있는 ()이다. 동해안은 대체로 융기해안이기 때문에 단조로우나, 이 영일만의 함몰로 말미암아 동단에 호미곶이 생기고 동시에 단조로움을 깨뜨리면서 ()부근에는 해안단구가 발달되었다. 영일만의 흐름은 유장하고 급박하며 돌연한 물굽이와 깊고 얕음의 변화가 흥취를 자아내는데 해변 주위로 모여 있는 마을들의 풍경들은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이 같은 영일만의 풍광들은 포항지역 정서와 예술을 길러내었고, 국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감흥을 일으켜 작품 제작을 위해 많이 찾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원로화가 이경희 선생 역시 젊은 시절 영일만의 풍경에 매혹되어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제작하였고, 여기에서 길러진 예술적 감성은 완숙한 예술관을 성취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의 수채화는 1910년대 중엽 일본의 미술학교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화가들에 의해 근대미술의 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조선총독부가 창설한 한민족의 주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하나로 1922년 창설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서양화 중 상당수의 작품이 수채화였다. 이러한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지역이 대구지역 이었는데, 서동진이 1927년과 28년에 걸쳐 2회의 개인전을 개최함으로 인해 수채화에 대한 인식을 널리 보급하였고, 영남지역의 화가들이 수채화를 많이 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특히 이인성은 그의 스승인 서동진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남출신 작가들이 한국 수채화 초기의 성장과정이 되었으며, 근대 한국 수채화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후 1949년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에서 이경희가 포항의 부두가 특선을 수상하게 됨으로서, 영남지역이 한국 수채화의 본향임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와 함께 천재화가 이인성을 계승한 작가로 회자 되었다 

회화란 표현의 기술이나 재료의 매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개성에 의한 창의력과 그 창의력 소산으로서의 양식이다. 한국의 수채화는 초기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유채화에 밀려 침체현상을 보여 왔다. 이러한 점은 수채화가 회화의 기초 수련과정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심어져 왔었고 수채화라는 개념은 너무 한정된 재료의 개념으로 통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료나 제작의 간편성 때문에 수채화가 회화의 기초 수련과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회화의 한 영역이다. 이경희 선생이 한국미술사에서 끼친 업적이라면 수채화 장르를 회화의 한 영역으로서 발전성장 시켰다는 점과 기존 선배들의 수묵화 풍의 수채에서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구도로 한국 전통회화를 짧은 시기에 변모를 시도하여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대구 출신 이경희 선생은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어 왔으며, 한학자이신 조부와 서도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글씨와 그림에 취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보통학교 졸업 후 일본 도쿄의 상업중학교로 진학 중 해방을 맞이하였다. 이경희 선생은 자유로운 사고와 출렁이는 동해바다를 좋아하였던 연유로 포항을 제집 드나들 듯이 스케치 작업을 하였다. 이경희 선생이 포항지역과의 인연은 김우조 작가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포항의 풍물과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1950년대~1970년대에 일본식 가옥이 그대로 보존 되어 있던 구룡포는 해방전 일본 도쿄 상업학교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주었고, 천혜의 자원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포항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그 시절에 작가에게는 원색적이고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어민들의 삶의 풍경들이 이경희 선생에게는 물리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이경희 선생이 바라보는 포항의 장소성은 치열한 삶의 현장과 휴양 및 풍요가 한데 어우러진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는 곳임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 주고 있다. ‘맑디 맑은 포항의 하늘빛과 물빛, 그리고 여기에 주어진 어부들의 삶을 마치 여유로움을 즐기는 요트 배를 타는 풍요로움으로 보여준다. ‘부둣가 배들의 모습은 이경희 선생의 눈에는 거친 항해 이후 새로운 충전을 위한 안식처처럼 보이고, 정비를 마친 어선은 다시 조업을 떠나려 바닷물을 가르며 힘차게 미끄러져 나아가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러한 풍경을 통해서 이경희 선생은 삶의 희망과 휴식, 도전의 반복성과 순환성으로 예술적 감흥을 구체화 시켰으며, ‘뱃전에서 일하고 있는 어부들의 강인한 삶을 속도감 있는 붓질과 화려한 색채로 건강한 삶의 현장으로 표현하였다.

이경희 선생의 모든 작품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초기작은 대상의 재현에 충실한 자세로 출발하지만 소재를 선택하거나 표현의 감각적인 면에서 뛰어난 개성으로 주목을 받는다. 이것은 전통적인 수채 방법에 만연 되어 있던 영남 수채화단에서 획기적인 것이다. 기존 선배들의 수묵화 이미지 풍의 채색에서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구도로 한국 수채화사에서 독보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수채화는 밝은 색상에서 점차 어두운 색채로 지향해 나가는 채색 방법을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채는 조절이 어려워 유채보다 제작하기 힘들다. 붓에 물이 머금은 양, 붓의 터치, 예기치 않은 물감의 흐름, 마름의 속도에 따라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며 까다롭다. 수채는 철저한 계산속에 대상을 파악한 후에 밝음과 어두움을 속도감 있게 단시간에 그려야 한다. 이경희 선생은 이러한 수채의 까다로운 방법을 경쾌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능숙 능란하게 즐기듯이 제작하였다.

이번 전시는 원로작가 이경희 선생이 근대기에 포항을 배경으로 작품을 남겨 짧은 포항미술사에 두터움을 더해주고, 포항의 성격을 선명히 보여주는 컬렉션 전시로서, 포항시립미술관이 유익하고 즐거운 장소로 인식되어 시민들이 감동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 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