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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LOVE 1

  • 전시기간 2015-07-09 ~ 2015-10-04
  • 전시장소 2 전시실
  • 전시작품 영상, 사진, 설치 24점
  • 참여작가 김정은, 윤수연, 이승희, 임윤경, 아크람 자타리(Akram Zataari), 올리버 무소빅(Oliver Musovik)

사랑보다 널리 회자되고 있는 말이 있을까. 사랑은 누구나 일상에서 노래나 영화 또는 소설 등의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하는 단어일 뿐만 아니라 각각 개인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몸소 경험하는 것이지 않은가. 더구나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목적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바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사는 것과 분리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란 서로 다른 두 인간 또는 대상이 어떤 만남의 지속, 즉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것이기에 어렵고도 짜릿하고, 고통스럽고도 황홀하며, 위험스러우면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건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이를테면 젊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그 결실로 꾸리는 가족이 바로 우리 사회나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랑의 모험은 가족의 안정, 사회의 발전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중대한 사랑이 위기에 처한 듯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세대를 삼포(三抛) 세대, 심지어 사포, 오포 세대라 부르고 있고, 기성세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서 이제는 인간관계마저 포기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재 2, 30대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사랑이란 인간관계에서 출발하고 연애, 결혼, 가족, 사회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지만, 그것을 사치로 간주하도록 내몰아 온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이다. 동시대 철학자 바디우에 따르면, 사랑은 하나의 이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의 관점에서 차이와 타자의 세계를 경험하고 창조하기 때문에 진리의 영역에 속하고 상황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브> 전시는, ‘사랑의 사건의 철학적,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날 청춘에게 사랑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조건들이 어떤 미래를 담보하는지’, ‘사랑과 가족, 사랑의 이기성과 타자성, 사랑의 안정성과 모험성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탐구하고자 한다.

전시는 두 차례로 나누어 시간적 간격을 두어 진행될 것이다. 우선 1편은 가족과 친구를 통해 사랑을 사유해본다. 이는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계기로서의 사랑의 첫 관문, 사랑이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시험대 혹은 시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삼포 세대라는 말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은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의 사랑과 가족(결혼)의 위기일 것이다. 가족이란 우리에게 든든한 사랑의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는 사랑과 대립되는 하나의 억압적, 제도적 장치이면서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한다. 사랑과 가족은 어떤 관계일까. 사랑과 우정은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오늘날 사회에서 이들 관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사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위기에 처한 사랑, 너무 쉽게 욕망과 등치되어 버린 사랑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건적 지위를 획득하고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2편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 사랑을 사회와 세계 속으로 좀 더 확장시켜 사랑의 사건의 가치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