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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식탁

모두를 위한 식탁

  • 전시기간 2015-10-14 ~ 2016-01-03
  • 전시장소 포항시립미술관 제 2전시실
  • 전시작품 영상, 설치 9여 점
  • 참여작가 구민자, 김기라, 심혜정, 유목연, 주세균, 함경아

<모두를 위한 식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음식이 의미하는 바에 주목하며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의미와 담론을 통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고대부터 철학자들은 후각과 함께 미각을 이성의 활동을 방해하고 육체의 쾌락과 고통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감각으로, 인간의 오감 중 가장 하위의 감각으로 여겨왔다. 왜냐하면, 육체적 쾌락은 진리탐구와 순수한 사고의 시간을 위협하고 인간이 육체를 위해 일하는 노예가 되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무색할 만큼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한국사회는 식도락(食道樂)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런 현상은 여러모로 해석될 수 있는데, 변화된 삶의 형태에 맞춰 먹고사는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요리하고 먹는 즐거움, 심지어 요리하는 것을 보는’, ‘음식 먹는 것을 보는즐거움에 빠진다는 것은 고대 철학자들이 염려했듯 현대인들이 가장 원초적, 본능적 감각을 삶의 강한 자극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과도한 노동과 성과주의로 자기 착취적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음식으로 손쉽게 쾌락을 느끼거나, 타인이 느끼는 쾌락의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고달프고 우울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휴식이 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을 잊는다는 것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알고, 사유해야 하는 현실의 면면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식을 요리하고 먹기는 삶의 아주 평범한 일상 중 하나이다. 그리고 특별한 날에도 우리는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눈다. 평범한 일상이든, 특별한 날이든 우리가 계속해서 먹는 이유는 음식이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생존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문제는 삶과 깊숙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돈을 주고 먹을 것을 사는 행위 자체가 이미 거대한 글로벌 산업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분명히 사회적, 정치적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은 국가, 지리, 문화, 종교, 전통, 직업, 계급 등 삶의 곳곳에서 경계와 구분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날것이나 요리된 것, 동물성과 식물성, 몸에 좋은 것과 나쁜 것 등 수많은 이원적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음식은 아주 평범하고 익숙한 것이지만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은 단순한 조형요소 혹은 알레고리나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작품 속에 등장하였지만, 그 이후 미술에서 음식 그 자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미술에 등장한 음식과 요리는 사회 구성원끼리의 감정과 갈등, 만남, 관계, 상호작용 등 사회적인 맥락에 주목한다. 예술가들은 요리를 통해 감각과 감정 그리고 육체적인 것들을 부각함으로써 기존의 인식, 고정관념, 관행 등과 같은 정신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저항한다. 또한, 음식재료나 음식을 매일 소비해야 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음식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관람객에게 중요한 담론과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모두를 위한 식탁>에 참여한 6명의 작가는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고민을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발현하고 새롭게 보기를 유도한다. 점점 더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삶에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끊임없이 재고해 보아야 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음식이나 요리라는 익숙한 주제로 사회제도와 관습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한 삶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좋은 삶이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인 공동의 삶까지 포함한 것이다. 전시를 통해 단순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넓은 공동체를 위해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