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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전하는 메세지

철이 전하는 메시지

  • 전시기간 2016-10-13 ~ 2017-01-08
  • 전시장소 1, 3, 4전시실
  • 전시작품 평면, 조각, 영상, 설치 등
  • 참여작가 김재각, 우징, 최태훈, 하석원



포항시립미술관은 ‘철의 물성(物性)’이라는 주제로 스틸 조각의 미적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철이 전하는 메시지(Steel Material Message)’전을 마련하였다. 우리 미술관은 개관 이후 스틸 아트 뮤지엄(Steel Art Museum)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시화하기 위해 매년 스틸 작품과 관련된 기획전을 개최한다. 차갑고 거칠고 무겁게 느껴지는 철은 작가의 손끝에서 뜨겁게 달구어지고 다듬어져 더없이 유연하게 변모한다. 이번 전시에서 철은 무게를 잃고 바람에 흔들거리듯, 허공에 떠오르듯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풍경을 그리고 소리를 담은 다양한 스틸 조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강한 생명력을 감상하도록 한다.

최태훈은 ‘철의 작가’로 잘 알려졌다. 그가 오랫동안 천착(穿鑿)하는 재료가 철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철이라는 재료가 가진 표현의 한계를 넘어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보이며 에너지 넘치는 활발한 활동을 한다.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철근 결속선(結束線, Steel Wire)들은 서로 묶이고 얽혀 바람에 흔들거리는 숲을 이루고, 거대한 덩어리는 우주를 담아낸다. 철근의 교점 부분을 결속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 가는 철사는 잘 구부려져 약해 보이지만 강선이다. 그는 자르고, 두드리고, 휘고, 붙이는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철의 물질성을 찾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하게 철이라는 재료가 가진 성질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태훈의 스틸 조각은 집적된 노동과 시간의 산물이다. 오랜 시간 수없이 철판을 두드리고 절단하는 고되고 힘겨운 작업 끝에, 차갑고 무거운 성질을 지닌 재료는 부드러운 촉감으로 우리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이른다. 그의 플라스마 불길은 차갑고 딱딱한 재료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감각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하석원의 ‘거꾸로 선 집’(2015)은 스테인리스 스틸 각재를 용접하여 단순한 큐빅 형태의 집을 뒤집어 전시장 바닥에 설치한 작품이다. 견고한 벽에 의해 보호받는 집이 아니라 외형적 틀만이 존재하며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집이다. 작가는 ‘집’이 공포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추위나 더위, 비바람을 막고 그 속에서 삶을 누리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인생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삶의 수준을 매김 하는 오늘날 집의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집이 본래의 기능을 떠나 상징적인 의미가 강조되면서 “우리를 그 안에 가두고 억압하며 단절과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집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일상적 시각을 뒤집어 보여준다.
우징은 철을 두드리고, 갈고, 다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쇳가루에 소금물을 섞어 녹물을 만들고, 그것을 종이나 철판, 나무 위에다 드로잉 하는 작업을 했다. 이 ‘녹물 드로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상황은 기존의 물감이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자연의 색상을 화면 위에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주며 철이 가지는 물성의 순환을 표현한다. 녹물은 훌륭한 드로잉 물감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작가는 “그 주제는 생명이 있는 철을 조각적 요소의 재료로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드로잉으로서의 철 작업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2014년부터 우징은 딱딱하고 무겁고 거친 철에 소리를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우징의 손끝의 감각으로 다듬어진 스틸 악기 ‘우징금’과 ‘징기타’는 그 무겁고 딱딱한 철 조각에 아름다운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조각의 의미를 넘어 청각에 더한 매력을 느끼도록 한다. 
김재각 작가의 작업실은 험준한 지리산 자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남 산청에 있다. 작업실에는 자연에서 채집한 식물표본과 산의 형상을 붓과 먹으로 자유롭게 스케치한 드로잉이 가득하다. ‘복합적 오해-잠시’(2016)는 스테인리스 봉을 휘어 그 위에 철망을 덧씌우는 작업으로 멀리서 감상하면 골격과 윤곽이 잘 드러나도록 먹의 농담을 이용한 한 폭의 산수화 같다. ‘복합적 오해-산’(2016)도 마찬가지로 차갑고 단단한 스테인리스 철망으로 만들어졌다. 그 윤곽선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보듯 산의 능선과 계곡이 응집과 확산을 반복하며 긴장감과 리듬감을 동시에 전한다. 철망을 이용한 굴곡면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배경이 드러남으로써 착시와 실루엣 효과를 보여준다. 김재각이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봉과 철망, 철망과 철망은 순간적으로 아크 방전을 일으켜서 발생시킨 열로 용접부를 용융해서 용접하는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용접기의 열을 이용하여 철망을 그을림으로써 명암의 효과를 이용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착색 효과를 살렸다. 김재각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차가운 철망 사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철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철의 물성을 시각적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기획전시이다. 네 명의 철 조각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스틸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 변화의 지평이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다. 현대조각에서 스틸은 다른 유형에 비해 매우 높은 성취기능을 갖는데, 이는 철이 열에 의한 처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연마나 절단, 용접, 표면처리 등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차갑고 거칠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철은 조각가의 감각적인 손에 의해 가공되어 전시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우리 미술관은 포항의 역사적, 경제적 구심점을 이루고 있는 ‘철(鐵)’을 문화와 접목하여 도시를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화시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