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물들
포항시립미술관은 일상적인 혹은 익숙한 사물이 흥미로운 정체로 탄생하는 현장, <이상한 사물들> 전시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사진,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독자적인 창작영역을 구축해 온 장명근, 김준, 정서영, 츠요시 안자이를 초대하였다. 이들은 청각적 질료로 가시적 세계를 구체화하거나 시각적 질료로 비물질적 세계를 구현하며 체험적 탐색이 가능한 세계를 구축한다. 그 세계에는 특별하지 않은 사물들을 간결하게 등장시켜 공간을 형식화한다. 자리한 사물은 그 기원적 의미와 가치가 지워지고 다양한 감각으로 접근이 가능한 다른 사물로 실재한다. 통상적으로 사물은 우리 의식 밖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관념의 형태에 따라 합당한 이름을 사물에 부여하여 분류하고 인식한다. 하지만 하나의 사물이 눈에 보이는 존재로서의 의미와 읽히고 이해되는 존재로서의 의미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수없이 경험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간극을 적극 수용하여 의미작용을 일으키는 주체로서 사물을 대상화한다. 그 결과 사물은 어떤 본질에 접근 용이한 현상적 존재로 실재하며 관람자를 맞이한다.
장명근, 김준, 정서영, 츠요시 안자이, 각자가 내놓은 사물은 자연으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본디 그대로의 용법으로도 쓰이지 않는다. 사실 오늘날의 예술현장에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사물의 예술적 활용은 통상적이며, 익숙한 사물과의 낮선 만남은 공식적이다. 또한 일상적 삶의 예술적 활용은 예사롭고, 보통의 삶을 변주하는 메커니즘은 관용적이다. <이상한 사물들>의 사물 역시 이러한 예술적 활용규칙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사물을 활용하는 실천적 행위나 그 과정이 아니라 예술적 관용법이 낳은 형식적 태도만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관련성 없는 사물이 등장하여 만들어내는 작위적 상황으로 무한한 해석의 과정을 요구하는, 열려 있는 결과이다. 이것은 또한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대상을 초월하여 의미적으로 조합하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체계이다. 지금의 존재로서 현실감이라는 조건을 형성하는 사물은 결국 다양한 감각으로 감지되고 인식되어 사유의 토대를 마련한다.
장명근, 김준, 정서영, 츠요시 안자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습관화된 시선을 붕괴시켜 사물에 잠들어 있는 말을 깨우고 연결하여 시적 마주침의 순간을 창출한다. 창조는 사물의 관념이 전복되는 순간 시작되고, 그 현상적 실체를 인식하는 것은 전복을 주도한 감각적 반발로부터 힌트를 얻는다. 마치 연극무대에 등장하는 연기자들처럼 전시장에 출현한 사물들은 공간을 조각하고 무대의 질서를 만들며 관람자와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한다. 삶으로부터 도착한 이 사물들은 세상을 사물 그대로의 가치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세상과 관계하는 다양한 정서적, 정신적 유형을 추구하고 감정적 비약을 허용하는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날 문득 사물에 깃들어 있는 정서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보다 또렷하게 인식했던 것처럼, 어쩌면 관람객은 여기서 예상치 않은 통로를 만나고 그 길에 닿아 있는 세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삶의 현실은 더없이 비현실적이고 또 예술의 낭만은 더없이 이성적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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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플리센
작가명: 김준
재료: 복합매체(2채널 사운드, 앰프, 스피커, 5천리터 물탱크, LED)
사이즈: 240x190x190cm
제작년도: 2016
작품명: 공생
작가명: 김준
재료: 복합매체(8채널 사운드, 앰프, 스피커, 아크릴, 식물)
사이즈: 110x73x73cm/가변설치
제작년도: 2016
작품명: 빨간집1
작가명: 장명근
재료: 피그먼트 프린트
사이즈: 110x146.7cm
제작년도: 2014
작품명: Untitled 139
작가명: 장명근
재료: 피그먼트 프린트
사이즈: 100x133.4cm
제작년도: 2017
작품명: 밤과 낮
작가명: 정서영
재료: 거울, 의자, 페인트
사이즈: 가변크기(거울크기_220x210x2cm)
제작년도: 2013
작품명: 괴물의 지도, 15분(부분)
작가명: 정서영
재료: 종이에 수채물감, 종이에 잉크
사이즈: 110x85cm
제작년도: 2008
작품명: 디스턴스 #003
작가명: 츠요시 안자이
재료: 일상용품, LED조명, 렌즈, 모터
사이즈: 116x287x131cm
제작년도: 2017
작품명: 디스턴스 #004
작가명: 츠요시 안자이
재료: 일상용품, LED조명, 렌즈, 모터
사이즈: 186x101x132cm
제작년도: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