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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크래프트

Steel Craft 라이프스타일展

  • 전시기간 2017-10-19 ~ 2017-11-15
  • 전시장소 포항시립미술관 제 1,2,3,4 전시실
  • 전시작품 공예, 설치, 회화 80 여 점
  • 참여작가 곽종범, 김덕호·이인화, 김은학, 유국일, 이경용, 이기성, 정명택
  • 관람시간 10:00~18:00
  • 입장시간 10:00
  • 관람료 무료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뮤지엄(Pohang Museum of Steel Art)으로서 그동안 기획해온 조각, 설치 영역의 ‘스틸아트’ 전시를 스틸공예(steel craft) 영역으로 확장하여, 우리 삶 속에 ‘스틸’의 쓰임과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조명해 보는 「Steel Craft-라이프스타일」展을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 곽종범, 김덕호・이인화, 김은학, 유국일, 이경용, 이기성, 정명택은 스틸을 주재료로 용(用)과 미(美)를 동시에 구현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의 기발한 예술적 상상력이 스틸과 산업, 공예와 디자인 분야를 우리 삶과 어떻게 결합시켜내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보려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용과 미가 원래 단일체(unity)라는 것이다. 청자와 백자의 아름다움과 목가구의 아름다움은 쓰임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순수예술(fine art)의 개념이 대두되었던 18세기 이전에 예술은 쓰임을 갖는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회화, 조각은 건축적 구성 요소의 일부였다. 「Steel Craft-라이프스타일」展은 ‘순수(fine)’의 진정한 의미를 반문한다. 절대적인 순수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아무튼 모더니즘 미학은 쓰임을 갖지 않는 예술을 순수예술이라고 부르고, 쓰임을 갖는 예술을 ‘실용예술(useful art)’이라고 불렀다. 「Steel Craft-라이프스타일」展은 순수와 실용을 별개로 간주해 쓰임을 갖는 예술을 저급한 예술로 취급하고 오로지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한 예술을 고급한 예술로 간주하는 모더니즘 미학의 일면을 반격하며, 순수와 실용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다. ‘예술’의 본성은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으므로 ‘예술’이 ‘기술(그리스어 technê)’에서 유래된 역사적 사실과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했던 ‘탈모던’의 상황을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공예를 이원화하고 공예를 예술에 종속된 지위로 서열화하려는 미학적 시도를 무색케 할 것이다. 부언하자면 순수와 실용의 경계 허물기는 순수와 실용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기성 작가는 공예・디자인을 전공한 다른 초대작가들과 달리 회화를 전공하고 평면작업에 전력하는 아티스트이나 이기성 작가의 평면예술 작품이 건축적 용도로 쓰임을 가질 수도 있으며, 이기성 작가와 1층 전시실에 함께 전시하는 김덕호・이인화 부부 작가의 도예작업이 감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설치미술이 될 수 있다.

따라서 「Steel Craft-라이프스타일」展에서 제시하는 작품들은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삶에 유용한 가치를 가지며, 현대 도시 생활의 메커니즘에 젖어있는 도시인들의 비미적(非美的) 삶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나아가 포항 철강산업의 쇠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도시 미래를 예술이라는 매체로 모색해보려는 지역미술관의 의지를 또한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 작품들은 우리의 삶에 영향 미칠 수 있고, 삶의 조건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들이다.

1층 1전시실에는 김덕호・이인화 부부 작가와 이기성 작가가 스틸의 물성에 내재한 철의 원리를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김덕호・이인화 부부는 산화철의 변화에 따른 발색의 차이를 백자의 소성 원리를 통해 보여주는 도예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이기성 작가는 철의 자석 원리를 이용하여 단순성(명료성)과 회화성(불명료성)을 동시에 추구한 평면작품, 매그네틱 아트(magnetic art)를 선보인다. 1층 3・4 전시실은 세계 유일의 메탈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여 관람객에게 음악을 감상하거나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 2층 2전시실에는 곽종범, 김은학, 이경용, 정명택 작가의 ‘리빙아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곽종범은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의 원리가 빚어낸 도르래 조명 연작과 자연이 인간의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메탈 화병 연작을 선보인다. 김은학은 스틸과 나무를 융합하여 제작한 생활 가구, 조명 등을 제시하는데, 나무로 만든 벤치나 테이블이 나선형 못과 같은 스틸 자재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재료의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이경용 작가는 스틸재료로 구성한 공간 디자인을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과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정명택 작가는 휘어진 철판을 지지대로 활용하는 목재 테이블 세트와 벤치, 원형의 미러 작품, 그리고 기둥형태의 조형작품을 통해 스틸과 나무의 만남,즉 문명과 자연의 이상적인 만남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어쩌면 ‘미술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아주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할지도 모른다. 미술관 전시는 미술 내적 차원의 담론이나 의미를 생성하기 위한, 이른바 ‘미의 상아탑’인가? 아니면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여러 문제에 개입해 삶의 맥락을 짚고 그 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미적 실천의 장으로 자리하는가?

20세기 현대미술관은 탈역사와 탈맥락의 관점에서 작품 감상을 유도하는 아트큐브로 자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뉴욕의 모던 아트 미술관(모마 Museum of Modern Art)이 그 대표적 미술관이며 미적 자율성을 보장받는 미술관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전시방식에 있어서도 모마는 벽면에 작품을 걸고 작품 사이에 적절한 간격을 두어 작품마다 개별 조명을 비추었는데, 이는 예술 안과 밖의 맥락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결국엔 예술작품을 삶으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는 일방적인 감상방식을 요구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마의 이런 전시방식이 미술관뿐만 아니라 갤러리에서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제 역사성과 사회성을 배제한 20세기 모더니즘 미술관의 보편적인 전시 형식에서 벗어나 미술이라는 매체로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담아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예술의 역할에 대해 논쟁하는 장소로서 미술관을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미술관을 21세기 미술관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21세기 미술관의 움직임이 반드시 정치적인 거대담론의 장소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발 담고 있는 공동체의 삶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하면 미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공동체의 미래는 과연 예술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서구 중심의 미적 가치관이나 미술계 주류에서 변방 취급을 당한 주변부 집단의 미술을 선별하고 해석하는 전시 기획 등이 21세기 미술관의 전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의 특성과 의미가 분명하고. 그것이 콘텐츠의 역사성을 담보할 때 가능하다. 「Steel Craft-라이프스타일」展은 지역미술관으로서 21세기 미술관의 역할을 위한 POMA의 디딤돌이 되기를 원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