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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건 빠리에 머물다

  • 전시기간 2021-05-25 ~ 2021-08-29
  • 전시장소 초헌 장두건관
  • 전시작품 드로잉, 아카이브
  • 참여작가 장두건
  • 관람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초헌 장두건(1918-2015) 화백의 예술철학과 나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장두건 화백 도불 64주년으로 그의 예술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인 파리 체류 시절(1957-1960)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장두건 화백이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수학하며 제작한 드로잉과 카페, 공원 등에서 파리의 정취에 한껏 취해 그린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더불어 그 당시 파리 소식을 국내에 전해주었던 칼럼과 현지 활동 소식을 보도한 신문 기사 그리고 구술채록 인터뷰 영상(2009) 등을 통해 장두건 화백의 파리 시절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금까지 장두건 화백의 파리 시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파리 유학 당시 《재불한인미술전》(1960)에 10점을 출품할 정도로 많은 유화 작품을 제작하였으나 아쉽게도 현재는 대다수의 작품들이 소재불명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서 ‘르 쌀롱(Le Salon)’(1959)에 출품하여 입선한 〈뤽상부르그의 가을〉 도판, 식탁 위 정물을 그린 정물화와 하숙집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담은 <다사스 가> 작품들 그리고 파리의 여러 풍경을 담은 다수의 작품 도판들을 최초로 공개한다. 
   1956년 11월 1일 장두건 화백은 서울 동화백화점 화랑(신세계갤러리 전신)에서 도불 기념 유화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그의 예술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중요한 사건이었다. 《장두건 도불 기념 유화 개인전》은 그의 첫 개인전이자 파리 유학을 국내 화단에 알리는 행사였으며,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957년 장두건은 부푼 꿈을 안고 파리에 도착한다. 파리로 떠나오기 전 그는 미술 교사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가정도 있었다. 그의 나이 마흔, 그런 삶을 뒤로한 채 그는 혼자 유학을 떠났다. 삼촌을 따라 일본에서 법학과 미술을 공부한 첫 번째 유학 후 14년 만의 일이었다.

   파리에 도착한 장두건은 미술연구소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 등록한다. 장두건 외에도 이성자, 남관, 김흥수, 박영선, 김종하, 나희균, 권옥연, 이세득 등 당시 도불 작가들이 이곳에서 수학하였다. 장두건은 오전에는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오후에는 미술연구소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 인물 데생과 크로키를 주로 그렸다고 장두건은 회고한다.

   장두건이 파리 체류 시절 제작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파리에 머물며 작품 활동에 몰두했던 작가의 시선과 발걸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가 3년간 묵었던 하숙집은 다사스(Rue d’Assas) 거리에 위치했다. 뤽상부르그 공원 바로 옆문 길 하나 건너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5층이었다. 좁은 발코니가 있었으며 장두건은 그 곳에서 보이는 다사스 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그때 제작한 작품은 <다사스 가를 내려다보며>, <다사스 가> 등 여러 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집에서 도보로 10분이 채 안 걸리는 몽파르나스 가에 있는 카페도 자주 드나들었다. 단골 카페가 있을 정도였다. 그 곳에는 항상 많은 관광객 그리고 여인들로 붐볐다. 장두건에게 집 근처 카페들은 휴식처이자 그림의 소재를 탐색할 수 있는 장소였다. 파리 길거리의 풍경과 오고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그리고 낯선 듯 익숙하게 들려오는 프랑스어 그 소란함 속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파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귀국을 앞둔 1959년에는 하숙집 식탁을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그린 <식탁 위>(120호), 하숙집에서 30m 채 떨어지지 않은 뤽상부르그 공원의 봄과 가을 풍경을 그린 <뤽상부르그의 봄>, <뤽상부르그의 가을> 총 3점을 ‘르 쌀롱’에 출품한다. 3점 모두 입선하였으며 <식탁 위>는 특선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1960년 3월에는 볼네(Voleny) 클럽에서 열린 《재불한인미술전》에 김옥규, 김흥수, 권옥연, 이세득, 이응노, 남관, 박인경, 이성자와 함께 참여했다. 10점을 출품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 일간신문 ‘피가로(Le Figaro)’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960년 6월 한국으로 귀국한 장두건은 9월 국립중앙도서관 부속건물에 위치했던 국립중앙도서관 화랑에서 귀국전을 개최하여 파리에서의 작품 활동을 국내에 소개한다. 안타깝게도 리플릿이나 포스터 등과 같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가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는 경향신문에 게재된 김영삼의 논평 「새로운‘리알’의 표상-장두건 귀국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논평에서 (50호), (60호), , <내려다본 식탁>(120호), <식탁 위>(12호), <식탁>(12호) 6점을 언급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베일에 싸여있던 장두건 화백 파리 체류 시절 3년간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그의 97년 화업에서 파리 시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지속적 관심과 연구를 통해 다각도로 재조명될 장두건 화백의 예술과 삶에 관람객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