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놀라운 속도로 변이하는 바이러스를 쫓고 있다. 인간 사이의 연결은 끊어지고 사회적 관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과 극복을 넘나들며 인간관계를 재연결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재편하는 동시에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향해 행동한다. 새로운 세계 질서 체계가 구축되는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기획되었다. 전시는 생태·환경·사회 등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1947~2022)를 떠올리며 인간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자연과 인공 등으로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공동 세계를 바라보는 자리다.
2022년 지난 여름 유럽발 대규모 폭염 소식, 대지가 끓어올라 아스팔트는 갈라지고 붉게 타오르는 지도는 중세 이후 최악의 가뭄이라는 수식과 함께 사태의 심각성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지구 곳곳의 대홍수나 대형산불까지 더해져 극단적 기상 현상이 오히려 정상이 될 것이라는 예견도 쏟아졌다. 팬데믹, 자연재해 등을 포함한 모든 이변이 혹시 임박한 파국의 징후는 아닌지,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 조바심은 알지 못하는 끝으로 우리를 내몰았다. 예상치 못했던 재난이란 위로 아닌 위로로 현재를 다독이지만, 사실 속출하는 이변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인간중심으로 비인간 영역을 도륙하며 착취해 온 궤적 값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정복하고 또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만들어온 시간의 잔해에서 불행은 고개를 쳐들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고려하지 않았던 행위자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간만이 주체라는 사유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너무나 실제적인 그래서 허구 같은 현실 세계를 살피며, 작동하고 있던 세계에서 겹쳐 있던 세계를 느낀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무엇이거나 현재 이동하는 무엇으로, 또 그 결과로 빚어질 미래의 무엇이 되는, 비약하자면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브뤼노 라투르의 말을 상기하게 한다. 존재의 생성과 소멸로 분절된 시간의 유한성, 그것은 무엇으로 이어지는 세계 안에서 무한성을 창조한다. 그리고 지속한다. 죽음으로 저무는 삶과 같은 한시적 시간은 다른 무엇이 되어 순환하고, 그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과 비인간은 그래서 동등해진다. 그리하여 개인의 서사는 공동의 서사가 되고 분절된 시간은 영원이 된다. 물질과 비물질, 인간과 비인간을 가리지 않고, 주체가 아니었던 객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연결되어 이미 세계에 개입하고 있었기에, 세계는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장소인 셈이다. 따라서, 그 안의 수많은 시스템 중 하나로 존재하는 인간은 부분이며 전체가 아님을 인식하고, 그 이상을 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라투르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함께하는 최찬숙, 염지혜, 김가을, 로랑 그라소, 임선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이분법적 사고로 해결할 수 없는 이 혼종된 연결망의 세상, 그 하이브리드의 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예술 실천을 선보인다. 그들은 초월적, 다층적 세계 속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행위자가 결국 행위의 최종적 완성 없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존재함을 직관적이며 감각적으로 접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유기체의 세계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