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뮤지움으로서 한국 철조의 태동과 스틸아트의 시원(始原)에 대한 조명을 통해 그 예술적 가치를 정립하고자 스틸아트 작가 조망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병상》을 마련하였다.
최병상(1937-)은 일생을 용접조각에만 매진한 작가이다. 오로지 하나의 제작 방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보통의 끈기와 집념이 아니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결과이다. 그를 매료시킨 용접조각은 과연 조각가 최병상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1958년 서울대학교 2학년 재학 시절 집과 학교를 오가며 본 용접 불꽃은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았다. 첫 시작은 호기심이었으나 그 섬광은 조각가로서의 삶에 뿌리가 되었고, 그 후 그의 인생은 용접조각과 뗄 수 없는 필연적 인연으로 이어진다. 대학에서 철조 실기 교육이 이뤄진 것은 1960년이지만 작가는 우연히 마주한 철공소에서 용접기사의 도움을 받아 교과 과정에도 없는 용접조각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다. 당시 젊은 작가들은 학교가 아닌 길거리에서 고철을 구해 용접조각을 제작하고 있었다. 전후(戰後) 격변하는 시대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전통 조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고 덧붙여 가며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던 용접기법은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표현의 장을 열어주었다.
최병상은 철 추상 작품이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입상되기 드물던 때, 제8회 국전(1959)에서 철판 조각을 모아 제작한 <대지>로 첫 특선을 수상하며 큰 용기를 얻게 된다. 대학 졸업 후 1960년대부터는 교육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현대공간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으며, 23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국전에 출품하는 등 작품활동에 전념하며 다양한 용접조각을 발표했다.
일관된 제작 방법만큼이나 그의 작품들은 입체 구성의 기본적 요소에 집중한다. 최병상은 곡선 형태의 반복 구성과 리듬, 질감의 변화, 공간과의 관계, 색채 효과를 통해 조형성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이 같은 표현의 이면에 사상과 감정의 내면적 정신 본질을 담고자 노력했다. 작가의 사고와 감정, 이상이 집약된 것이 작품이라면 그에게 작품은 신앙고백으로서 승화된 형태의 창출이다. 기독교 사상을 근저로 한 형상들과 태극 형상으로부터 변화된 곡선 형태의 구성은 비상과 같은 점증적 상승의 이미지를 드러내며, 신앙에 대한 믿음과 다짐을 표현하고 있다. 최병상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가지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1960-1970년대 성장기, 1980년대 성숙기 그리고 1990-2000년대 변환기이다. 시기에 따라 재료와 조형실험의 변화가 뚜렷하며 특히, 90년대부터는 홀로그램, EL(전기발광, Electro Luminescent), 레이저 등 테크놀로지를 도입하여 3차원의 효과를 복합적으로 발생시킴으로써 금속조각의 변모를 꾀하였다.
이번 전시는 최병상 작가의 작업세계를 정리하는 회고적 성격의 전시로 국내 철조 도입의 시작부터 용접조각과 평생을 함께해 온 작가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66년 조각 인생에서 단 세 차례의 개인전(1974, 1987, 2007)만 가졌을 정도로 작가는 조용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17년 만의 개인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병상》을 통해 오로지 순수 조형적 가치와 일관된 형식미에 대한 탐구 그리고 자기 규범의 실천으로서 예술 활동을 이어온 최병상 작가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