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문화 예술을 지역 사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나누기 위해 2017년부터
전통적 범위에서 조각과 회화는 모두 실존하는 형체를 재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이런 공통점을 뒤로하고 두 영역은 재료와 표현기법 등을 차이로 서로 다른 장르로 인식되어왔다. 사실 회화는 이차원적인 평면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상 표현이며, 조각은 삼차원의 공간에 구체적 물질로 형체를 만드는 입체 표현이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며 재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미술은 장르 간 구현 방식을 확장하며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다. 예컨대 회화는 재현성을 벗어던지고 추상적 표현으로 접근하며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재료 자체의 물성을 강조하는 형식으로 변화한다. 때로는 평면에 입체적 요소를 반영하여 화면 너머로 공간을 확장한다. 그 결과 관람자와 새로운 거리를 창출하고 공간은 실제처럼 다가온다. 반면에 조각은 구체적 대상의 재현에서 탈피하여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 이슈 등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구상적 표현 방식을 채택하거나, 물질과 공간에 집중하며 추상적 표현에 다다른다. 그 결과 조각은 현존하는 실체를 초월하며 공간을 점유한다. 그래서 그것은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철저하게 작가의 독자적 태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술의 각 장르는 소재선택, 표현기법, 존재개념 등이 주체와 객체로서 서로 전도와 차용을 통해 형식과 내용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렇듯 《조각적 태도》는 회화에서 조각적 면모가 돋보이는 오건용, 황인기 그리고 현대조각의 다양한 양상을 선보이는 구본주, 류인, 엄태정, 정현 등 총 6명의 작가를 통해 회화와 조각의 형식적 변화와 태도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