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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원로작가전 김정숙 《나의 에세이》
  • 전시기간 2024-01-23 ~ 2024-05-12
  • 전시장소 3,4 전시실
  • 전시작품 회화 40여 점
  • 참여작가 김정숙
  • 관람시간 동절기(11-3월) : 오전10시 - 오후6시 하절기(4-10월) : 오전10시 - 오후7시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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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김정숙, 캔버스에 유채, 130x165cm, 2018

사과 파는 여인, 김정숙, 캔버스에 유채, 73x73cm, 2007

여인군상, 김정숙, 캔버스에 유채, 188x157cm, 2007

우리들의 이야기, 김정숙, 캔버스에 유채, 60x60cm, 2007

우리들의 이야기, 김정숙,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2007

우리들의 이야기, 김정숙, 종이에 연필, 29.7x42cm, 2023

포항시립미술관은 우리 지역에서 묵묵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를 연구하여 그 예술세계를 되돌아보고 지역 미술사 정립 및 작가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지역원로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성 원로 화가 김정숙(1950-, 포항)을 초대하여 작가의 삶과 여성의 삶 그 사이에서 피어오른 김정숙의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김정숙은 1950년 포항에서 태어나 1972년 상명여자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서울에서 중학교 미술 교사를 역임하고 1982년 포항에 정착한다. 10여 년간 포항예술고등학교와 선린전문대학 산업디자인과에 출강해 지역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1986년 문예공간에서의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비로소 본격적인 작업 활동에 매진하게 된다. 1990년 아솜터화랑, 93년과 96년 시민갤러리, 99년 포항 대백갤러리 2007년 포스코갤러리 등 포항의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김정숙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일본을 다녀오시면서 사온 화구박스를 들고 수도산, 보경사, 송도해수욕장을 자유롭게 누비며, 푸르른 녹음과 찬란하게 반짝이는 윤슬, 짠내 가득한 바다내음, 보경사의 절경, 내연산 12폭포와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때만 하더라도 포항은 조그마한 항구 도시로 문화예술 분야의 환경이나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대다수의 미술인들은 학교 선생님이었고 이마저도 전근이 잦았다. 김정숙은 그렇게 제대로 된 미술교육 한번 받지 않고 자연을 스승 삼아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다. 

아버지의 권유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올라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당시 상명여자사범대학교 교수였던 박득순(1910-1990)의 화실에서 그림의 기초를 익히며 6년간 문하생으로 대학 생활을 보낸다. 그의 유일한 스승이었던 박득순은 인물화를 회화의 기본으로 삼았던 작가로 인체를 다각적으로 데생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훈련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이러한 가르침 속에서 그녀를 매료시킨 것은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처음 접한 인체 크로키였다. 순간적인 감성과 집중력으로 대상의 동세와 느낌을 표현하고 내재된 에너지와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감정을 한 장의 종이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크로키는 김정숙 작업의 주된 표현 방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현장 사생을 중시하며, 사진을 보고 그리기보다는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아 온 후 캔버스에 옮겨내거나 그 장소에서 바로 크로키를 하여 작업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재료와 상관없이 그녀의 작품은 순간의 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작품의 소재 또한 작가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작품 하나하나가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한 편의 에세이이자 삶의 궤적처럼 펼쳐진다. 

지역원로작가전 김정숙 《나의 에세이》는 여성으로서 대학 진학조차 어려웠던 시절, 포항에서 그림을 시작하여 지역 여성 화가로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김정숙의 삶과 조형세계를 조망한다. 작가는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에 진솔한 이야기와 내밀한 감정을 녹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낸다. 특히 유년 시절 특별한 추억을 간직한 보경사 인근에서 고향을 지키며, 마을 어귀에 항상 서 있는 당산목처럼 김정숙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옛 기억을 토양 삼아 눈과 마음에 새겨진 고향의 향기에 집중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궈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