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현대 조각의 주요 재료인 금속 매체에 주목한다. 조각은 다른 장르와는 달리 재료에 따라 조각을 구성하는 형태, 질감, 색채, 공간과 같은 요소가 형성된다. 금속 조각은 가공 기술 그리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진화를 거듭해 왔다. 조각가들은 매체 탐구를 통해 형식과 내용의 관계 형성에 몰두했고 금속 조각의 다양한 변주는 조각의 경계를 넓히고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스틸 플로우》는 금속 매체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운동성의 이미지인 ‘리듬’으로 바라본다. 조각을 구성하는 요소의 배열과 반복 그리고 선·형·색이 이루는 율동감과 변화, 조각과 공간 사이에서 생겨나는 유기적 움직임 등에 집중한다. 전시는 오늘날 작가들이 금속 매체를 취하는 차별화된 제작 방식과 표현적 특성을 통해 유연성을 획득한 금속 조각의 면면을 확인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스틸 플로우’는 참여 작가들의 태도와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에서 감지한 단어의 조합으로 재료의 변형과 흐름, 심리적 몰입 상태를 중의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하는 김병호, 신한철, 윤정희, 전용환, 정정주 작가는 현대 조각의 다양한 리듬을 개개인의 조형 언어로 펼쳐 보인다. 이들은 매체가 가진 특성을 작품의 형식으로 드러내며 조각의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한다. 부피를 형성하던 덩어리가 사라지고 평면화되어 벽에 걸리거나, 물성을 강조한 무겁고 딱딱한 형태에서 벗어나 가볍고 부드러운 조각으로 치환한다. 나아가 공간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구조를 추구하며 열린 형태로 공간을 점유하고 확장시킨다. 참여 작가들이 형성하는 다양한 리듬은 전시를 통해 하나로 모여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이 흐름은 작가의 의지 표현이자 예술 실천으로써 조각을 대하는 예술가들의 자각적 선언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