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디지털 시대에 사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자연(山水)’과 ‘사람(人)’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Digital 山水人’을 마련하였다. 자연과 사람은 오랫동안 미술에서 사랑받는 주제이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확연히 다른 디지털 시대에는 이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고명근, 김형기, 뮌, 임창민, 임택, 하광석, 황인기 등 7명의 작가를 초청하여 알아보는 기획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들의 해석과 표현에서 사뭇 다양함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자연관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깨우칠 수 있는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일찍이 중국 북송시대의 곽희(郭熙)는 잘 그려진 산수화(山水畵)는 “집안 마루에서 내려오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깊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의의와 효용에 대해 말했다. 회화의 이론적인 틀과 미학적인 전범을 제공한 곽희의 이론에서 산수화는 대상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정신의 풍경”이라 말한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과히 ‘혁명적’이라 말할 수 있으며,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삶 전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아날로그 세계를 구성하는 자연, 물질적인 인공물, 비물질적인 문화적 창조물 등은 모두 가상의 현실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작품에는 실재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이 팽배한 디지털 시대에 산수와 사람에 대한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의 한계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일체감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