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시민과 함께 예술을 공유하고,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2017년부터 「찾아가는 미술관」을 기획하여 추진해 왔다. 「찾아가는 미술관」은 포항시립미술관이 수집한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시민에게 문화예술의 가치를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찾아가는 전시 《일하는 예술가들》은 미술관 소장품 중 예술가들의 노동집약적 태도를 볼 수 있는 회화와 산업재료인 ‘철’을 활용해 독창적 방식으로 탄생한 조각을 선별하여, 예술가들의 노동 산물인 작품에서 나타난 실천태도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인간이 살면서 하는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은 생존과 욕망 충족을 위해 행하는 동작이고, ‘작업’은 재능을 발휘해 수행하는 창작 활동이며, ‘행위’는 공동체 속에서 어떤 대의를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노동은 생존을 위한 일이지만, 작업과 행위는 생존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일이다. 무한히 긁고, 끊임없이 연결하며, 분절하고 해체하는 노동과 작업에서부터, 시대를 기록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까지, 예술가들은 창작 욕망을 충족하는 여러 실천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현실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영감을 선사한다.
이렇듯 《일하는 예술가들》에서는 노동집약적 태도가 돋보이는 회화와 포항산업의 중심인 ‘철’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한다. 현실에 실재하는 풍경과 사람들을 집요하게 묘사한 권세진, 김봄, 문인환, 이태호, 정지현, 조덕현과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김은주, 문승근, 유봉상의 회화를 볼 수 있다. 또한 철이 가진 고유한 물성을 살리거나 뒤틀어버린 김상일, 손종준, 심문섭, 엄태정, 정광호, 최병상과 사회적 현실을 문제 삼은 송필, 수퍼플렉스, 야니스 쿠넬리스, 이창운의 금속조각을 선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일한다. 이 전시는 평생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지 노동으로의 일뿐만 아니라 작업과 행위로 가능한 예술적 방식을 제안한다. 예술가들이 정직한 노동으로 만들어낸 작품, 성실하게 쌓아온 정신, 서로 다른 방식과 신념으로 구축한 독자적 세계를 마주하여, 일하는 삶 속에서도 그 의미를 투영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