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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지역원로작가전 《박수철, 오래된 꿈》
  • 전시기간 2025-01-21 ~ 2025-05-11
  • 전시장소 포항시립미술관 3 & 4전시실
  • 전시작품 회화 50여 점 및 아카이브
  • 참여작가 박수철
  • 관람시간 하절기(4-10월) : 오전 10시 - 오후 7시 동절기(11-3월) :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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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I,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72.7x90.9cm, 2015

들꽃 – 아내에게,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50x72.7cm, 2017

감자 - 빛,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40.9x53cm, 2017

내 삶의 그림자,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45x90cm, 2002

눈 내린 거리,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40.9x53cm, 1992

오후의 역사 , 박수철, 캔버스에 유채,, 50x100cm, 2002

포항시립미술관은 오랜 세월 화폭에 자신의 인생을 담아온 지역원로작가 박수철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박수철, 오래된 꿈을 개최한다.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그는 오직 열정 하나로 그림을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항일요화가회를 조직하고 개인 화실을 운영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묵묵히 예술가의 삶을 걸어온 박수철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의 오랜 꿈이었던 그림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박수철은 6·25 동란 중 포항에 살던 가족이 피난을 간 아버지의 고향 울산 신답에서 태어났다. 서울 수복 후 포항으로 돌아와 대신동 기와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중앙초등학교, 포항중학교, 동지상업고등학교 야간부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한다. 제대 후 포항의 현대미술학원에서 신세를 지며 독학으로 그림의 길에 들어선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그는 스승이나 선배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으로, 한국 인상주의 화풍을 개척한 오지호(1905-1982) 화백에게 여러 고민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계간미술을 통해 오지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그는 오지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에 깊이 매료된다. 특히, 오지호의 작품에 드러나는 청보라색과 마치 고추장을 짓이겨놓은듯한 한국적 질감 표현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지호는 일면식도 없는 젊은 청년에게 본인의 저서 현대회화의 근본문제(1968)와 함께 그림 공부 방법과 예술가로서의 태도에 대한 조언을 담은 답신을 보내주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오지호 화백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화백이 작고하기 전까지 매년 두어 차례 광주를 찾아가 작품 지도를 받으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다져나갔다.

 

오지호는 인간의 본성과 예술의 본질, 자연의 생명력을 결합한 회화이론을 강조해 왔다. 대상에 생명을 부각하는 감정이입과 내면의 시선인 심안의 작용을 통해 색채와 형태의 주관적 표현에 천착한 오지호의 철학은 박수철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박수철은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연의 외형적 사실 묘사보다는 재현에 충실하면서도 생명력에 반응하는 내적 감성을 중시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애정을 쏟고 가깝게 지낸 공간의 추억과 주변 사물들을 화폭에 담아내며, 인생의 희로애락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캔버스 위에 펼쳐냈다. 그의 작업 태도는 대상의 본질과 교감하며 색채와 형태에 내면의 의식을 투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철저히 자연에 동화된 삶을 반영한다. 겨울 풍경은 겨울에, 여름 풍경은 여름에만 그리며, 해당 계절에 완성하지 못한 작품은 이듬해 같은 계절에 다시 그리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러한 방법 정신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그림을 마주하려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과 정직한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비록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궁핍함과 마주해야 할지라도 그는 매일 같이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이젤 앞에 앉는다. 박수철은 그림이라는 덫에 걸린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포항을 사랑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의 삶은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온전히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에는 포항의 아름다움과 삶의 진솔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는 그가 오랫동안 꿈꾸어온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적 삶이 하나가 되는 구도의 시간이자 예술적 간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