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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이름으로 - In The Name of The Korea Painting

  • 전시기간 2010-06-08 ~ 2010-07-28
  • 전시장소 제1, 2전시실
  • 전시작품 평면, 설치 , 입체작품
  • 참여작가 권기수, 김보민, 김봄, 김윤재, 김인영, 김정향, 박영길, 서은애, 서희화, 유승호, 이선진, 임택, 장재록, 정희우, 조송, 조종성, 진현미 홍주희 (총 18명)

‘한국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한국미술을 위하여


1.《한국화의 이름으로》전은 2000년대, 그러니까 새로운 세기에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들과 더불어, 한국화를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전통회화의 조형원리, 혹은 동양적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들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국화 작가는 물론이고 여타 장르를 포괄하여, 작가의 수만큼 다단한 오늘날 작업의 층위를 생각할 때, 형식에서건 내용에서건 어떤 작품이 보다 소위 ‘전통’에 가까이 있느냐를 가상의 좌표를 설정하고 그 위에 위치시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도, 또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제는 식상한 구호가 된 ‘전통의 현대적 해석과 발전’이라는 측면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 어느 것이 보다 성공적이라거나 보다 긴밀한 친연관계에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순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그처럼 원점을 명쾌하게 확정할 수 없는 ‘전통’의 각 사분면마다 그 원점에 가까이 있는 결과물을 선택하여 모으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랜 세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방식을 바탕으로 지속되어온 우리나라의 전통 회화가 오늘날의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의 원천으로서 어떻게 영감을 주고 있는지, 어떠한 계기가 되고 있는지를 기본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또한 기존의 ‘한국화’라는 것에서 출발한, 혹은 다른 전공에도 불구하고 전통회화가 가진 조형적, 미학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적용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명시적, 묵시적 제약을 각자 대처하고 풀어가고 있는가를 즐거운 마음으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전통회화와 한국화’가 아니라, ‘전통회화와 동시대 젊은 미술가의 작업’이라는 맥락에서 다가서고자 하는 시도라 하겠습니다.


2. ‘書畵’가 ‘東洋畵’로 불린 지 약 한 세기, 그리고 ‘韓國畵’로 불린 지 반세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동양화, 또는 한국화라 불리는 영역은 그 내용과 모습에 근원적인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해방 이후 소위 ‘왜색탈피’와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기치 이래, 5-60년대와 70년대를 거친 실험들, 그리고 80년대의 수묵운동과 채색의 복권, 90년대의 다양한 시도들을 뒤로 하고, 한국화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재료나 기법 모두에서 ‘한국화’를 ‘서양화’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습니다. 그 역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전개는 미술계 전반, 나아가 우리 사회와 문화의 동향과 궤를 같이 해 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화 전공’ 출신 작가들은 자신들의 출신 성분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화의 장르적 속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서양화’ 전공 작가들에게서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자의식’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화’는 한편으로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기도 10년이 지난 오늘,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이 지닌 ‘전통’에 대한 생각과 그것이 바탕이 된 작업의 결과물들은 과연 어떠한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이번 전시가 만들어진 바탕입니다. 이들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 미술계와 문화를 읽고 아울러 ‘한국화’와 ‘한국의 미술’을 읽으며, 다시금 ‘한국화’ 혹은 ‘전통’에 관한 문제들을 되짚어 읽음으로써, 한국화, 또는 한국회화(미술)을 둘러싼 길고 지리했던 숙제들을 풀어갈 방안들을 조금이나마 마련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와 같이 작가를 연령에 의해 구분하고 선별한다는 것이 매우 모호한 것이어서, 전시의 주제나 방향에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거나 희석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40세 미만이라고 해도, 참여 작가 간에는 연령적 편차와 그에 따른 이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게다가, 급속한 변모의 양상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현대사회에서 10년 전후의 연령편차는 ‘세대’를 구분하게 하는 ‘긴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전환을 전후한 각 십년간의 ‘한국화’와 우리 미술 전개 전반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범주 설정은 일정한 의미형성을 위한 충분한 전제가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3. 전시되는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전통의 무게에 주눅 들지 않고 경쾌하고 세련되게 그것을 활용하고 차용합니다. 형식이나 기법과 같은 외형의 굴레에 매이지 않고 전통의 정신적 가치나 덕목을 오늘날의 감성과 문화로 재해석하고 미술 속으로 녹여 들이는 것입니다. 또한 일부는 현대사회의 양상이나 현대인의 심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는 산수화라거나 풍속화, 혹은 민화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회화의 형식이나 내용과는 달리,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숨결이 담김으로서 전통에 대한 익숙함과는 다른 새로운 익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시는 ‘선배세대’와는 다른 관점과 환경을 가진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우리 미술판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피게 해줄 것입니다. 그를 통해 한국의 회화, 나아가 한국의 미술을 논하고, 또한 한국화, 한국미술 정체성의 일면을 판단해보고자 합니다.

이제 그 논구는 보다 구체화되고 체계화될 시점에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제까지 다양하고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탱되어 온 ‘동양화’나 ‘한국화’라는 명칭의 남은 삶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해야 하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존재한다면 그것은 지금과는 달리 ‘한국의 회화’와 같은 범주를 지칭하는 것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번 전시가 ‘한국화’와 전통 둘러싼 그간의 논의들이 결론으로 향하는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랜 동안 우리의 것이었던 전통회화의 가치와 덕목이, 진정한 전신(傳神)의 의미를 통해 구현된 ‘한국의 회화’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2010. 6.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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