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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

바람의 풍경 이창연전

  • 전시기간 2013-07-25 ~ 2013-09-29
  • 전시장소 4전시실
  • 전시작품 회화
  • 참여작가 이창연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725일부터 929일까지 55세 지병으로 작고한 포항출신 이창연 선생의 유작전을 마련하였다.바람의 풍경, 이창연전은 평소 수준 높은 작품제작과 왕성한 활동으로 지역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작가를 발굴하여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 조명함으로서, 포항미술사를 정립하고 시민이 감동하는 미술관으로서 거듭나고자 마련되는 전시회이다.

1980년대 초반 무렵만 해도 포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층이 두텁치 않아 포항화단은 그 활동이 아주 미비한 실정이었다. 1987년 한국미술협회포항지부의 결성과, 1988년 포항청년작가회가 창립된 1980년대 후반부터 포항미술의 기류가 점차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포항청년작가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역임하였던 이창연 선생은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어 왔으며 2010년 타계할 때 까지 돈독한 친분으로 지역 화단의 유쾌한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 해 왔다. 무엇보다도 1990년 후반부터 포항화단에서 보기 드문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과 그의 화풍은 대내외적으로 포항의 정체성을 알리고, 한편으로는 고향을 지키며 수도권에서 인정받는 작가로서 가능성을 심어 주었다는 점에서 이창연 선생의 위치는 남다르다.

바다라는 소재는 작가 이창연 화풍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모티브이다. 포항지역의 일대가 바다이며 어디로 가든지 바다와 연결이 되어 있고 생활 속 현장이다. 일상에 대한 관조와 표현, 그 소박하고 담백한 서정의 세계, 이창연의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일차적인 인상이다. 그것은 평범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소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마치 삶의 한 부분을 순간적으로 채집한 듯한 작가의 화면은 심각한 조형의 원리나 작위적인 이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보는 이에게 다가온다. 정적이고 꾸밈없는 화면은 섬세한 필치로 다듬어져 특유의 밀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밀도는 풋풋하고 싱그러워 오히려 담백함을 더한다. 그것은 마치 일상을 적어 놓은 진솔한 일기같이, 혹은 생활의 단편을 기록한 에세이처럼 여유롭다. 특히 수많은 붓질이 만들어 낸 낡은 듯한 특유의 미감은 사물들을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두드러지게 한다.

이창연 작품의 핵심은 고독이다. 그의 작품은 포항바닷가와 이웃들의 생활을 담은 구상화이지만, 그 속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작은 존재로서 부수적인 역할로서 작용한다. 현대미술에서의 인물화는 등장인물과 작가의 의식·무의식이나, 그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황 표현으로 심리적 징후나 사회성까지 보여 준다. 휑하니 바람이 부는 듯한 애처로운 해송의 모습과 오랫동안 풍화 속에 견뎌온 해변가의 낡은 집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사물들에 비해서 아주 왜소하게 그려진 사람들의 태도에서 인간의 외양에서 비춰지는 침묵, 상처, 고통, 기다림, 시간성, 체념과 인내 등을 이창연 선생의 작품에서는 존재의 외로움을 말해 주고 있다.

이창연의 화풍은 생활 속에서 나왔다. “생활 속 모든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그림이 시요 시가 그림이다 말이 있듯이 내 생활이 예술이고, 일상을 표현함에 있어 나다운 그림, 감성, 생각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한다(작가의 글). 그리고 그 바탕은 반드시 한국적 이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강조 하였다. 한국적인 서정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작가는 민화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 민화의 평면처리와 원근법을 무시하며 오래되고 낡고 꼬질꼬질 하면서 정감이 있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 하였다 

이창연의 작품은 기교 이전의 순수함과 자연발생적인 단조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평면적 공간처리와 다시각적인 회화 기법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그리기와 구체적인 대상의 묘사에 이르는 과정을 수집하는 작업이며, 작품에서 풍기는 담백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캔버스에 자신이 직접 만든 몽땅 붓으로 수십 번을 칠하고 건조되면 또 칠하여 지난한 노동을 투영시켜 깊이 감을 보여 준다. 그가 그리고 수집하는 이미지는 근원적인 그리기의 충동과 희열의 흔적이다. 작가는 유년을 회상하고 어린 시절 그리기의 즐거움을 상기한다. 그 당시 그리기란 그저 즐거웠고 신이 났으며 기쁨의 행위들이다. 그리는 일 자체가 좋았던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욕망의 희열이자 행위였다. 그것은 학습되지 않은 눈, 길들여지지 않는 손과 마음에서 자연스레 길어 올려 진 것들이다. 이창연 작가는 이러한 그리기의 원초적인 순수한 행위에서 전통적인 민화에서 현대적 회화의 미감으로 승화시켰다.

이창연의 작품에선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그만큼 자연스러움이 깊숙이 배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삶을 일구며 추구하는 가장 근원적인 지표이기에 표현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의 작품에는 우리가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그 대표적 소재들이 포항지역의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구 북부해수욕장),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진 포항송도, 강한 해풍에 살아 남고자 하는 가늘고 외로워 보이는 해송, 그리고 그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풍경들이다. 포항지역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번쯤은 꼭 들리거나 생활터전들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는 풍경들이 그림에 대한 난해함을 덜어주고 친숙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가 스스로의 생명력을 작품에 이입시키고, 작품의 한부분에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 넣어 관람자와 대화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에게 항상 쾌활하고 위트 있는 말솜씨와 표정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던 이창연 작가, 관람인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동질감을 교감함으로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담아냈던 이창연 선생의 작품들은 어쩌면 역()으로 우리들이 치유와 위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어릴적 왕자 크레파스를 가지기를 꿈꾸던 소년 이창연이 화가로서의 인정받게 되기까지는 혼자만의 오랜 세월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모든 역경과 어려움을 이기고 자기 자신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고독과 순수’, 그리고 사랑을 꿈꾸었던 그의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영원히 감동을 주고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보기가 힘든 요즈음, 이번 전시에서 절대적이고 영원한 사랑이 소중한 시대임을 다시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